엘리스의 인지정서행동상담

인지정서행동치료의 최초 주창자인 엘리스는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합리적 신념체계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며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비합리적 신념체계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비합리적 신념체계를 합리적 신념체계로 바꿈으로써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본문에서는 인지정서행동이론의 인간관, 주요 개념, 상담목표와 기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인지정서행동이론의 인간관

인간이 합리적 삶을 이끌기 위한 기본 원리는 자신의 실존적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가진 문제해결을 위해 가장 인본주의적 접근인 인지정서행동치료를 따르는 것이 자신과 타인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와 비합리적이거나 왜곡된 사고를 할 수 있는 잠재성을 모두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합리적 신념에 의해서 자신을 성숙하게 이끌거나 자기를 실현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타고난 비합리적 신념에 의해 자신의 성숙을 저해하거나 파괴시킬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타인을 의식하고 기대에 부응하고 능가하는 삶을 살려하며, 자신을 인정한다는 믿음이 생길 때 비로소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타인에 대한 인정 욕구가 상승하면서 불안과 우울이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2. 인지정서행동이론의 주요 개념

● 성격의 세 가지 측면: 엘리스는 성격의 형성을 생리적 측면, 사회적 측면, 심리학적 측면으로 정의했습니다. 생리적 측면에서 보자면, 인간에게는 성장 자원이 있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동시에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경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타인이 자신을 인정한다고 믿을 때 자신을 선량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봅니다. 정서적 장애는 타인들의 생각에 지나친 염려를 하며 타인이 자신을 좋게 생각할 때만 자신을 수용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다고 여겼습니다. 그 결과는 우울이나 불안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정서적 혼란이 비합리적인 신념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불안을 생성하는 신념체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 합리적 가치 태도: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관심이 있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삶에 책임을 느끼며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성숙한 인간은 사고가 유연하고 변화에 개방적이며 자신의 실수뿐만이 아닌 타인의 실수를 인정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행복해하며 삶을 즐기고 기쁨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 당위성: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어떠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신에 대해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실패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에 매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밀접해 있는 타인에게도 이러한 당위적 행동을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대가 어긋날 경우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되고 결국 자기 비관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 비합리적 신념: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에 대해 능력이 있어야지만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는 파국이라고 생각하고, 나쁘고 사악한 사람은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집니다. 인생에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려 하고, 과거에 얽매여 과거의 경험이나 사건이 현재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ABC 이론: 우리의 정서적 행동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사건보다는 신념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인지정서행동치료를 A(Activating events선행사건) B(Belief system신념체계) C(Consequences결과) 이론이라고 합니다. 합리적 신념체계를 갖는 사람은 사건에 대해 합리적 해석으로 대처하며 이는 바람직한 정서적 행동적 결과를 가져옵니다. 비합리적 신념체계를 갖는 사람은 비합리적으로 해석하여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 ABCDEF 모델: 엘리스는 비합리적 신념을 확인하고 반박하여 합리적 신념으로 수정하여 나타나는 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을 여섯 단계로 보여주었습니다. A(Activating events 선행사건)는 내담자의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의미합니다.  B(Belief system 신념체계)는 선행사건에 대한 개인의 신념으로 합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C(Consequences 결과)는 신념에서 비롯된 정서적 행동적 결과입니다. D(Dispute 논박)는 비합리적 결과를 야기한 비합리적 신념을 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반박하는 것입니다. E(Effect 효과)는 반박하기의 결과로 나타난 효과로써 비합리적인 신념이 합리적인 신념으로 바뀐 것을 의미합니다. F(feeling 감정)는 효과적인 합리적인 신념에서 비롯된 새로운 긍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나타냅니다. 

3. 인지정서행동이론의 상담목표

인지정서행동치료의 목표는 내담자의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를 갖게 하는 것입니다. 상담자가 문제를 가진 내담자의 파괴적인 비합리적 신념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반박함으로써 변화를 유도합니다. 합리적 신념체계로 바꾸게 함으로써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조력합니다. 

4. 인지정서행동이론의 상담기법

● 인지기법: 인지정서행동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상담과정 중 REBT논박을 통해서 내담자의 비합리적 생각과 언어를 찾아서 이를 합리적 생각과 언어로 바꾸는 것입니다. 1단계는 비합리적 생각과 언어에 대해 재진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2단계는 재구성한 생각과 언어가 합리적인지 묻고 답하는 것입니다. 3단계는 비합리적 생각이나 언어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과 언어로 대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생각과 언어가 비합리적인 것에서 재구성하도록 돕습니다.

● 정서기법: 내담자가 습관적으로 부적절한 느낌이 드는 장면을 상상하게 하여 적절한 느낌으로 바꿔 상상하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적절한 행동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합니다. 

● 행동기법: 인지정서행동치료는 행동기법을 통해 내담자가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인지변화를 이루도록 조력합니다. 이것은 인지적 행동치료의 형태이고 행동의 변화를 통해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고, 변화된 생각에 따라 정서와 행동을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지정서행동치료이론은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가능한 존재라 여겼고, 통합적인 치료 기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신념에 대한 강조가 자칫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사회적 사건과 같은 경우에 이것이 인간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불합리한 신념을 인지하기 힘든 지적 수준이 떨어지거나 현실감이 없는 내담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로저스의 성선설 주장과는 달리 엘리스는 성선설과 성악설을 동시에 강조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최상의 것을 바라고 주장할 것이며 그것이 관철되지 못할 때에는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인들과 세상을 비난하게 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자기 비관이나 세상 비난, 회피, 게으름, 실수의 반복, 성장 잠재력 실현 회피 등과 같은 비합리적 신념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비합리적인 사고에 의해서 발생하는 부적절한 감정이나 부정적인 행동은 또 다른 비합리적 신념을 낳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이 아닌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신념체계를 바탕으로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세상은 달라질 것입니다.